미국으로 이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한국영사권에 여권 발급을 신청하였다가, 한국 검찰에 기소중지처분이 되어 있다는 이유로 여권(재)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한국에서 형사고소가 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해외에서 성실하게 생활해왔는데, 갑작스레 ‘기소중지’라느니 ‘형사고소’라느니 ‘여권발급거부’라느니, 이런 말을 듣고 겪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당황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에도 아래와 같은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여권을 발급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권의 발급은 외교부장관의 소관 업무이고,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부장관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하여 기소중지된 사람”에 대하여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12조 제1항 제1호).
“기소중지”란 검사가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으로 인하여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일시 중단하는 처분을 말합니다. 기소중지 사실은 외교부(영사관)와 수사기관 간에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영사관은 여권 발급신청자에 대한 신원조회 결과 기소중지 사실이 나타나면 위 여권법 조항을 근거로 여권의 발급을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한국에서의 기소중지 처분을 푸는 것이 일차적인 방법입니다. 기소중지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검찰에 기소중지사건 재기신청을 하고 수사기관에 출두를 하여 조사를 받아야 하므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이 원칙이겠습니다만, 생활터전이 외국에 있는 분들은 한국변호사를 고용하면 사안에 따라 본인이 몸소 귀국하지 않고도 기소중지를 푸는 것이 가능할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금전채무관계에세 비롯된 사기 고소 사건이나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경우는 변호사의 법률의견서 제출, 검사와의 면담, 관련 증거자료(합의서 포함)의 제출 등을 통해 무혐의처분이나 공소권 없음, 기소유예 처분 등을 받아 여권을 발급받는 것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이와 별도로 외교부장관의 여권발급 거부처분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는 기소중지처분을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 검토해 보게 되는 방법이나, 반드시 기소중지처분의 해소를 먼저 시도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병렬적으로도 진행 가능합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어느 방법이 더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무상으로도 외교부장관의 여권발급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제법 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경우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개의 사안의 내용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됩니다.
앞서 외교부의 여권발급 거부 조치가 여권법 조항(제12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였는데, 그렇다면 그와 같은 법률 규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처분이 어떻게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 여권법 조항에 따르면 여권발급 거부대상이 되기 위하여는 (1)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을 것”, (2) “국외로 도피하였을 것” 및 (3) “기소중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데, 실무상으로는 마지막 요건인 기소중지만 이루어지면 거의 기계적으로 여권발급 거부처분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여권발급을 거부당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소중지 사실 외에 법이 정한 나머지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법원이 판단해 달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여권 발급을 신청한 자에 대하여 기소중지가 된 것만으로 당연히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련 증거에 비추어 신청인이 그와 같은 죄를 범하였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여권발급 거부처분이 정당화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외교부의 실무를 무턱대고 비난만 할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외교부 입장에서도 나머지 요건, 특히 여권발급 신청자가 위와 같은 범죄를 범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그와 같은 권한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법원은 일단 기소중지자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조치 자체는 일응 존중하면서도, 반대로 여권발급 거부처분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그와 같은 거부처분이 정당한지, 즉 신청인이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는지’와 ‘범죄 도피 목적으로 해외로 이주한 것인지’ 또는 그와 같은 거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도로 그침이 마땅합니다. 우리 대법원도 마찬가지 취지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
“여권의 발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인 해외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국민의 해외여행의 자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권리이자 이동의 자유로운 보장의 확보를 통하여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인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결국,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여권발급 거부처분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는 법원의 태도는 타당하고, 이는 비슷한 처지에 처한 교포분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이라고 하겠습니다.
검찰청에 기소중지 사건재기신청을 하여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도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증명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또 기소중지에 대해서 무혐의나 공소권 없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도 여권 재발급 거부처분에 대해 그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여권발급거부처분을 취소받아 여권을 발급받는 방법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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