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최신형 냉장고, 버튼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해 줄 것 같은 세탁기. 그 화려한 불빛의 향연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도 저렇게 반짝일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아닌 '방향'을 정해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대구웨딩박람회에서 돌아온 저녁, 두 손 가득 든 팜플렛의 무게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한 예비부부들에게, '가전 리스트' 대신 '미래 리스트'를 채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 반짝이는 가전제품, 그리고 그 너머의 질문

대구웨딩박람회 팜플렛은 두 손 가득 무겁습니다. '이건 꼭 사야 해', '지금이 가장 저렴합니다!' 달콤한 유혹들이 체크리스트를 빼곡히 채우죠. 많은 예비부부들이 대구웨딩박람회 현장에서 가장 큰 고민을 '신혼가전 리스트'에 둡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매일 입을 옷을 빨고, 맛있는 음식을 보관할 공간은 삶의 질과 직결되니까요. 하지만 그 리스트를 채우는 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곤 합니다. '이 가전제품들로 채워진 집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2. '소비'가 아닌 '설계'가 필요한 순간

결혼은 '완성된 집'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집을 지어가는' 과정입니다. 대구웨딩박람회 부스에서 만난 수많은 옵션은 '소비'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설계'입니다. 10년 뒤, 20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이길 바랄까요? 아이는 몇 명이나 낳고 싶은지, 각자의 커리어는 어떻게 응원해 줄 것인지, 재정 관리는 어떤 원칙으로 할 것인지. 이런 '미래 설계도'야말로 이번 대구웨딩박람회에서 상담받은 그 어떤 패키지보다 우선되어야 할 우리 둘만의 계약서입니다. 대구웨딩박람회가 제안하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3. 대구웨딩박람회 리스트에는 없는 것: '함께 성장하기'

최신형 TV는 5년 뒤 구형이 되지만, '함께 영화를 보며 나눈 대화'는 50년 뒤에도 추억으로 남습니다. 대구웨딩박람회의 어떤 스드메 업체도 '서로 다를 때 슬기롭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가전 매장 직원도 '상대방의 꿈을 응원하는 방법'을 상담해주지 않죠. 우리는 로봇 청소기 사용법은 열심히 배우면서, 정작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 사용법은 소홀히 하곤 합니다. 결혼 생활은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이 사실을 잊는다면, 최고급 가전으로 채워진 집은 그저 텅 빈 쇼룸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4. 가전은 감가상각되지만, '우리'의 가치는 매일 쌓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우리가 대구웨딩박람회에서 계약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감가상각' 자산입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죠. 하지만 '우리'라는 관계는 다릅니다. 이 관계는 우리가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매일 가치가 쌓이는 '증가' 자산입니다. 오늘 나눈 사소한 공감, 힘든 하루 끝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 함께 계획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성취감. 이것들이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그 어떤 명품 가전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우리는 지금 '소모품'에 투자할 것인가, '영원한 자산'에 투자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대구웨딩박람회에서 돌아온 저녁, 손에 쥔 견적서 대신 빈 노트를 펼쳐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위에 '신혼가전 리스트' 대신 '우리의 10년 뒤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겁니다. '함께 떠나고 싶은 여행지', '서로에게 약속하는 사소한 습관', '우리가 꿈꾸는 가정의 모습' 같은 것들 말입니다. 대구웨딩박람회의 화려함 속에서 우리가 진짜 채워야 할 것은 냉장고 안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 청사진이야말로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든든한 혼수가 될 것입니다. 결국 대구웨딩박람회는 시작일 뿐, 진짜 무대는 이제부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