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O "4월까지 7개월 세수, 예상치보다 335조원 적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예상보다 디폴트 우려 시기가 앞당겨진 데는 세수 급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14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이번 회계연도(지난해 10월 시작) 들어 올해 4월까지 조세 수입을 분석한 결과, 몇 달 전 예상치보다 2천500억 달러(약 335조원)가량 세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기업의 소득세가 기대에 못 미친 데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다음 달 중순 세수가 걷히기 전에 연방정부의 보유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것이다.

CBO 측이 올해 소득세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영업이익·자본이익 등 개인소득세 세수가 감소하면서 4월 세금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6%나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미 정부의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X-날짜(date)' 예상 시점이 7월 말이 아닌 6월 초로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요인 때문이거나, 연방정부 세수 규모의 변동성 및 예측 불가능성 확대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WSJ은 봤다.

기업들의 경제활동과 노동자들의 임금이 증가할수록 연방정부의 세수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세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이 완만한 가운데 소득세가 급증했던 지난해와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WSJ은 이러한 변동성이 고소득 납세자 및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 의존도가 높은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나타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이익의 경우 급여에서 공제되지 않고 분기별 예정 납세액이나 매년 4월 소득신고 시 국고에 나타나게 된다.

2021년 주식·부동산·가상화폐를 비롯한 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양도 소득세 상당 부분은 다음 해 4월에 들어왔고, 덕분에 당시 연방정부 세수는 2019년 동기 대비 61%나 많은 8천640억 달러(약 1천158조원)에 달한 바 있다.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웨인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영향을 끼쳤다면서, 세금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됐지만 적용에 시차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득 증가분으로 2021년 세수가 한 차례 급증했지만 이후 시간이 갈수록 완만해졌다는 것이다.

이외에 미 국세청(IRS)이 자연재해를 입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계·기업 대상 세금 납부 일자를 1·4·6월에서 10월 중순으로 미뤄준 것도 연방정부 재정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고 WSJ은 전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