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캡슐 달 궤도 진입, 26일간 비행뒤 내달 11일 태평양 입수

2025년 첫 여성·유색인종 달 착륙 목표…심우주탐사 전기 마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Ⅰ' 로켓이 16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달을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돼 반세기 만의 달 복귀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시간 16일 오후 3시 4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밤하늘에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아폴로 임무를 수행한 '새턴Ⅴ'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개발된 SLS는 발사 2분12초 뒤 양옆의 고체 로켓 부스터를 시작으로 오리온을 감싼 페어링, 비상탈출시스템, 로켓의 1단 본체인 코어 스테이지(core stage) 등을 차례대로 분리하며 지구 저궤도로 상승했다.

오리온 캡슐은 발사 30분만에 태양광 패널을 성공적으로 펼쳤으며, 발사 약 90분 뒤에는 상단 로켓(ICPS)이 지구 중력 밖 '달전이궤도'에 진입하며 오리온을 달로 가는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았다.

SLS는 기술적 결함으로 중단된 1, 2차 초읽기(countdown)를 딛고 세 번째 초읽기에서 발사됐는데, 허리케인 영향으로 발사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까지 고려하면 다섯 번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한 셈이 됐다.

SLS는 약 75만 갤런(284만ℓ)의 초저온 액화 수소와 산소를 연료탱크에 채우는 과정에서 발사 3시간여를 앞두고 수소 누출이 확인돼 한때 연료 주입이 중단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코어 스테이지의 수소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자연 감소되는 분량을 보충하는 이동식 발사대 쪽 밸브에서 수소가 간헐적으로 누출됐는데, 비상대응팀이 출동해 밸브 주변의 너트를 조이는 등 긴급 조처를 했다.

또 로켓의 궤적을 추적할 연방우주군 레이더가 고장나 급히 수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르면 오전 1시 4분에 발사하려던 것이 44분 지연돼 발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발사 책임자인 찰리 블랙웰-톰슨은 "(이번 발사는 아폴로시대 이후에 태어난)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선물"이라면서 "우리 발사팀은 모두 미국을 달과 화성에 복귀시키는 첫걸음인 아르테미스 첫 발사라는 믿을 수 없이 특별한 임무에 참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달전이궤도에 오른 오리온 캡슐은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해 달을 향해 비행하며 발사 엿새째인 21일 달에 약 100㎞까지 접근한다. 이때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의 뒷면에서 6만4천㎞까지 더 나아가며 달의 자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도는 '원거리역행궤도'(DRO)를 비행한 뒤 내달 11일 샌디에이고 연안의 태평양에 입수하는 것으로 25일 11시간 36분에 걸친 무인 비행을 마친다.

오리온은 이번 비행에서 아폴로13호가 세운 기록을 깨고 지구에서 약 45만㎞ 떨어진 곳까지 비행하는 유인우주선 심우주 원거리 비행 기록을 세우게 된다.

SLS와 오리온은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주력 로켓과 우주선으로 개발됐으며, 이번이 합을 맞춘 첫 우주 비행이다.

총 길이 98.1m로 새턴Ⅴ(110m)보다 짧지만 최대 추력은 880만 파운드(3천991t)로 15% 더 향상된 SLS는 이번 발사를 통해 우주발사체로서 성능을 입증하며 기술적 문제로 두 차례나 발사가 중단되며 제기된 우려를 씻어냈다.

SLS는 지난 8월 29일 1차 발사 시도 때는 RS-25 로켓 엔진의 온도센서 결함으로, 9월 3일 이어진 2차 발사 시도 때는 수소연료 누출 등의 문제로 초읽기가 중단되며 발사가 취소됐다. 이후 9월 27일 3차 발사 시도를 할 예정이었으나 허리케인 '이언' 북상으로 취소되고 조립동으로 옮겨졌으며, 지난 4일 다시 발사장으로 나와 14일 발사를 준비했으나 열대성 폭풍 '니콜'이 1등급 허리케인으로 강화하면서 이날로 발사일정이 다시 조정됐다.

SLS의 상단 로켓인 ICPS는 오리온과 분리된 뒤에도 심우주에서 태양빛을 이용한 우주비행 기술인 '솔라세일'을 비롯한 과학 실험과 기술시연을 할 10대의 큐브샛 위성을 배치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지구 저궤도 비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우주비행인 오리온 캡슐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이 탑승해 5천600여 개에 달하는 각종 센서로 심우주 비행 과정과 지구 대기권 진입, 입수 등의 상황과 우주 방사능 영향 등을 기록한다. 이 자료들은 2024년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진행될 아르테미스Ⅱ 비행에 활용된다.

오리온은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 크루 모듈과 추진력과 산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모듈로 구성하는데, 음속의 32배인 시속 3만9천400㎞로 2천760℃의 고열을 견디며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서비스 모듈을 떼어내고 크루 모듈만 대기권을 통과해 낙하산을 타고 입수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자 달의 여신 이름을 따 지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이르면 2025년에 아르테미스Ⅲ 미션을 통해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ASA는 이를 통해 이벤트성 우주 탐사에 그치지 않고 달 상주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통해 달 자원을 개발해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심우주탐사 기술을 발전시켜 화성 유인 탐사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면 지구 저궤도의 우주정거장을 넘어 달과 화성 등으로 인류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진정한 의미의 우주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아르테미스Ⅰ 미션에는 SLS와 오리온 설계와 제작, 지상시설 비용 등을 모두 합해 적어도 370억 달러(48조9천470억원)가 투입됐으며, 2025년까지 비용이 930억 달러(1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있다.

NASA는 이런 천문학적 비용에도 달 착륙선을 개발할 스페이스X나 SLS와 오리온을 각각 개발한 보잉과 록히드 마틴을 비롯한 민간기업의 참여 확대를 통해 고용창출 등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아폴로 계획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해 20여개국이 참여한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인 우주개발 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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